창고형 약국 등장, 소비자 해방인가 약국 붕괴의 서막인가?
카트를 끌고 약을 고르는 시대, 정말 혁신일까?
최근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이 경기도 성남에서 문을 열며
약국 이용 방식과 소비자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약 2,500종 이상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잡화를 한 매장 안에
마트처럼 진열하고, 소비자가 카트를 끌며 직접 선택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이 창고형 약국은 기존 약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약사 사회와 지역 약국의 위기감도 동시에 증폭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 눈에 띄게 넓어진다
창고형 약국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등 51개 카테고리로 분류된 약품들은
가격표와 함께 진열되어 있고, 종류도 최대 100가지 이상에 달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효율적인 구매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욱 능동적인 구매 경험을 누리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기존 약국과 격차 벌어져
제조사 직거래와 대량 매입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인 결과,
일반 의약품 가격이 기존 약국 대비 최대 2,500원 이상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진통제가 5,000원이던 것이
창고형 약국에서는 2,500원에 구매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품목 일반 약국 평균가 창고형 약국 가격
진통제 A | 5,000원 | 2,500원 |
상처 연고 B | 7,000원 | 4,500원 |
40~60대 중심의 구매 혁신, 소비 주도 세대 변화
창고형 약국은 특히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꾸준히 복용하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약에 대한 자율성과 경제성 모두를 고려하는
소비자층에게 새로운 대안이 된 셈입니다.
약사 역할, 조력자에서 ‘옵션 제공자’로 바뀌나
창고형 약국의 또 다른 특징은
약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요청 시만 상담에 나선다는 점입니다.
약사는 매장을 순회하며 제품 설명과 복용법을 안내하지만,
선택권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약국 구조와 비교해
전문성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약사 사회, 전문성 훼손과 생존 위협 호소
하지만 약사 사회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입니다.
대한약사회 설문에 따르면
87.4%가 "약사 전문성이 훼손된다"고 응답했으며,
83.3%는 "가격 경쟁으로 약국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복약지도 부실, 약물 오남용, 사재기 등의 부작용도
현실적인 우려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항목 우려 응답 비율
전문성 훼손 | 87.4% |
약료서비스 질 저하 | 83.6% |
가격 경쟁 심화 | 83.3% |
의약품 오남용 우려 | 57.9% |
대형약국 쏠림 현상 | 52.4% |
제도 보완 없이 확산될 경우, 의료 서비스 기반 흔들릴 수도
보건복지부는 현행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약국 개설 요건, 복약지도 의무, 가격 표기 기준 등
현행 제도 전반에 걸친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약국이 단순 유통소가 아닌 의료 서비스 제공처로
기능하려면 역할 정립과 법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소비자 만족과 공공 의료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약을 저렴하게 선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약물의 적정 사용, 정확한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관리 등은
단순 가격비교나 쇼핑 구조로는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창고형 약국의 장점을 살리되
의료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의 사회적 합의가 필수입니다.